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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페이스메이커가 되다
| 강향연 | 2016.11.09
| 2011    

                                       그녀의 페이스메이커가 되다

  * 출발 전
  동호회 창립 이래 가장 많은 7명이 춘천마라톤에 첫 풀 신청을 냈다. 동호회에서 한 명씩 페이스메이커를 하여 완주를 돕기로 했다. 나는 10km를 50분에 완주하는 실력자이고 하프대회는 참가해 본적은 없지만 훈련은 두어 번 한적 있는 그녀와 G조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3주 전에 10km대회 참가하여 좋은 성적으로 상도 받았다. 그 영광의 상처로 발톱이 빠지고 있어서 부상 중이다.  

  * 출발 ~ 10km
  엘리트가 출발하고 그룹 별로 밀물처럼 빠져 나가자 그녀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할 수 있다고 의지를 보이더니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훈련이 조금 부족해도 기록에 연연해하지 말고 완주만 해도 우리나라 국민의 0.1%에 해당된다고 자신감을 심어주며 엘리트가 떠난 지 30분 만에 출발선을 빠져나왔다. 이내 분위기에 도취되었는지 그녀의 발이 나를 앞질러서 팔을 붙잡으며 초반에 오버페이스하면 후반부에 힘드니 천천히 가자고 했다. 초반 구간인 만큼 여유롭고 즐겁게 풍광을 만끽했다.

  * 10km ~ 20km 
  우뚝하게 솟은 삼악산의 그림자가 의암호에 빠져 멋진 풍광을 선보이는 구간인데 오늘 물은 시퍼렇게 일렁거리고 있었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과 햇빛이 구름 속에서 나오지 않아 소금기 있는 땀이 빨리 말라 달리기에는 최상의 날씨다. 급수대에서 학생들은 물봉사와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해 줬다. 사물놀이패는 흥을 돋우어주니 우리는 두 손을 번쩍 들어 화답했다. 주민들은 길가에서 손뼉을 치며 잘 달리라고 했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주로에서 일어나는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그녀는 종아리가 조금 당기는 듯 통증을 느끼는데 응원해 주심에 고마워서 참을 만하다고 했다.

  * 20km ~ 30km
  하프지점을 통과했다. 이제부터 그녀는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 애초에 나는 42.195km 달린다는 생각을 버리고 하프를 2번 달린다는 마음을 가지라고 했다. 그러나 2번째 하프 거리는 1번째 하프 거리보다 비교도 안 되게 힘들지만 말하지 않았다. 겪어보면 알 것을 미리 얘기해서 두려움을 주기는 싫었다. 25km에서 주는 농축 탄수화물을 그녀에게 권하고‘춘천댐’과 이어지는‘서상대교(1,850m)’를 오르면서 대교가 너무 길어 맥이 빠지고 비에 젖은 몸이 무겁고 오르막이어서 다리에 기운이 없어 달리기 힘들다고 했다. ‘마라톤은 걷는 것이 아니라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라며 그녀의 등을 살짝 밀어주니 거친 숨을 삭이며 그런대로 페이스를 유지하는 듯 했다.

  * 30km ~ 40km 
  마라톤 마의 구간인 30km에 오자 그녀는 발을 땅에 끌었다. 종아리와 발바닥이 나무토막같이 감각이 없다고 했다. 허리색에 넣어둔 사탕을 꺼내 탄수화물 보충으로 주었다. 그녀와 발을 맞추며 구호를 붙여주고 결승선에 남편이 와 있다고 생각하라고 했다가 가족에게 전화로 완주 소식을 알리는 기쁨을 미리 상상하라고 했다. 마음을 먼저 골인지점에 보내어 몸을 자석으로 당기는 상상을 하라고 했다가 지나치는 전봇대를 세면서 고통을 덜자고도 했다. 대단한 도전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칭찬과 박수를 치라고 했다. 온갖 격려와 응원에도 그녀는 달리기를 멈추고 발을 땅에 붙였다.
“언니, 지금 너무 힘들어요. 나 때문에 고생하지 말고 먼저 가세요. 뒤에 오는 팀 따라 갈게요.”
“그래, 여태까지는 달리기였고 지금부터가 마라톤 시작이야. 이 구간은 경험이 있으나 없으나 다 힘든 구간이지. 먼저 갈 것 같았으면 애초부터 페이스메이커하지도 않았어. 많이 힘들면  걷자. 걷되 조금 빠르게 걷자.”

  * 40km ~ 42.195km 
  소양2교를 지나 소양강 처녀 동상의 응원을 받고도 그녀는 늘어져 있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통을 견디며 달려온 자신을 위로하고 완주의 기쁨을 즐길 준비를 하라고 했다. 자신에게 감동할 순간이 곧 다가온다고 하니 그녀는 마지막 남은 기운을 쏟아내고 있었다. 결승선 500m를 남기고 이 대회는 골인 장면을 동영상 찍으니 어떤 모습으로 통과할 것인지 생각하라고 말했다. 그녀는 두 팔을 치켜들고 손을 휘저으며 그 순간을 만끽했다. 골인지점 통과를 알리는“삐삐삐...”노랫말 같은 축하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얼싸 안았다. 그녀의 눈이 붉어졌다. 나도 그랬다.

  * 완주 후 
 첫 풀 도전자 7명 모두 무사히 완주의 기쁨을 누렸다. 그녀는 완주 후 며칠이 지나도록 절룩거리며 걷고 있지만 무슨 훈장처럼 기분이 좋다고 했다. 지금도 그날의 환희 속에 묻혀 산다고 했다. 그래. 그것이 마라톤의 묘미이지. 골인지점 동영상 장면을 찾아 일일이 톡으로 알려주었더니 생각지도 않은 장면을 볼 수 있어서 기쁘다며 고마워했다. 간간이 그녀의 몸 상태가 궁금하여 물어보면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완쾌할 것이지만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 고통은 짧고 완주의 기쁨은 오래오래 갈 것이다. 앞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날을 회상하며 그녀의 일상이 오래도록 행복하겠지!

 * 지금처럼
 3년 전에 뜻하는 목표가 있어서 동호회원의 페이스메이커 도움으로 꿈을 이루었다. 지난해에도 역시나 도움을 받아 뜻을 이루었다. 무던히 노력을 하고 절절한 마음으로 동호회원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흔쾌히 승낙해 준 것이 고마워서 대물림으로 나도 동호회에 작으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다. 기록을 욕심내는 회원에게는 마라톤의 꽃인 페이스메이커 할 실력이 못되지만 설렘과 두려움으로 풀코스 완주를 걱정하는 회원이 내게 손을 내밀면 긴 여정을 함께 동행할 것이다. 나도 이제는 한 번쯤 다른 사람을 위해 길잡이가 되고 싶다.
 춘천마라톤과는 인연이 깊다. 의미 있는 목표 달성을 두 번이나 이룬 대회여서 그런지 여느 대회보다도 정감이 가고 참가 때마다 마라닉이 된다.‘가을의 전설 춘천마라톤’을 즐길 수 있게 도와주시고 수고하신 대회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견우와 직녀가 매년 반갑게 만나는 것처럼 내년 가을에도 ‘춘천마라톤’ 과 마라닉에 빠질 것이다.

이  름 : 강향연    
배번호 :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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