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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마인드 서약'을 위한 풀코스 첫 도전기
| 서명교 | 2016.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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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정하고 대회를 준비]
나는 올초에 대전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주말부부 생활을 하게 되었다. 내년에 환갑되는 나이에 혼자 생활을 하다보면 외로움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어 매일 아침 갑천변을 달리며 몸을 더 바삐 움직였다. 2개월정도 달리다보니 체력이 강해지며 자신감이 생겼고, 생활도 더 활기차졌다. 그래서 예전에 포기했었던 풀코스에 도전해보기로 마음먹고, '가을의 전설'이라 불리우는 춘천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4월 20일은 결혼 30주년 기념일이었다. 예전부터 아내는 리마인드 웨딩을 하고싶다고 했었는데 지방에서 근무한다는 핑계로 케이크 하나없이 그냥 지나쳐버리고 말았다. 아내의 실망한 모습을 보니 많이 미안했고, 그 일은 내게 늘 마음의 짐으로 남았다.

갑천변을 달리던 5월의 어느 날, 마음의 숙제를 진심으로 풀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문득 떠올랐다. 춘천마라톤대회 풀코스 완주 직후에 깜짝이벤트로 아내에게 '리마인드 서약'을 하고, 쌍가락지를 끼워주는 것이다. 나의 계획을 미리 들은 작은 딸은 선뜻 아내모르게 춘천에 와서 역사적인 이벤트 현장을 기록으로 남겨주겠다며 지원군을 자청했다.

드디어 D-Day!
지난 8개월간 꾸준히 훈련해 온 나의 기록을 보며 고심끝에 도전적인 목표로 'Sub-4'를 설정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D-3일 아침에 가벼운 조깅을 하다가 오른쪽 종아리 근육에 이상이 생기면서 다리를 조금 절뚝거리게 되었다. 다행히도 심한 부상은 아니었지만 혹시라도 힘들게 훈련하고 이벤트를 준비한 것이 수포로 돌아갈까봐 안절부절했다. 그래서 마지막 3일동안 살얼음판을 걷듯 최대한 조심조심 생활하며 조금 불안하게 D-Day를 맞았다.


[춘천마라톤 대회장으로 Go! Go!]
새벽 4시 30분 기상, 큰 딸이 불러준 콜택시를 타고 여유롭게 용산역으로 출발하였다. 기사아저씨가 이렇게 이른 새벽에 어디를 가느냐고 묻길래 "오늘 풀코스에 처음으로 도전해보려고 춘천마라톤대회에 가는 길입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그런데 머쓱하게도 자기 친구가 2년 전에 마라톤을 하다가 죽었다는 슬픈이야기를 길게 풀어놓는다. 그 이야기를 듣고있자니 안그래도 마음이 좀 불편했는데, 한참을 말 없이 듣고있던 아내가 "풀코스는 이번에만 도전하는 걸로 하고 다음부터는 하프코스만 뜁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택시 안 분위기가 싸늘해진 채로 용산역에 도착했다.

오전 6시, 기차를 타고 춘천역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듯 모두 공지천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날씨가 조금 쌀쌀했지만 바람도 없고 구름이 가득한 흐린 날씨라서 마라톤하기엔 좋아보였다. 집결지인 공지천 인조구장에는 벌써 많은 참가자들이 도착해 있었다. 준비운동을 하는 사람,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 소지품을 맡기는 사람, 화장실 앞에 줄을 서있는 사람, 무료봉사 테이핑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모두 다 제각기 분주하게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직 8시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스피커에서는 "풀코스 참가자는 지정된 위치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방송이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서둘러 평상시 하던대로 준비운동을 마쳤다. 그리고 아내에게 내가 '리마인드 서약'을 하는 깜짝이벤트를 전하기위해 12시경부터 전광판으로 중계되는 자유발언대를 꼭 보라고 신신당부한 후 10km코스에 참가하는 아내와 헤어져서 F그룹 위치로 이동하였다. 

출발을 기다리면서 89세 최고령 참가자인 김종주님과 기념촬영도 하고, 부부와 딸이 함께 참가하는 화목한 가족을 보며 살짝 부럽기도 했다. 9시 정각 등록선수(Elite Runners) 출발을 알리는 신호가 멀리서 들려왔고, 20분정도 뒤에 드디어 F그룹의 출발 순서가 되었다. "무리해서 달리지 말고, 꼭 완주하라!"는 개그맨 배동성씨의 응원소리와 함께 목터져라 카운트다운을 하며 출발선을 통과하였다.


[불안한 초반 10Km]
많은 달림이들이 도로를 꽉 채운탓에 초반 1km까지는 달린다기 보다 모두가 같이 천천히 이동했다. 그렇게 2km까지 마치 공짜로 통과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훈련 중에 최고 39.5km까지 달려봤었는데, 2km를 힘들이지 않고 달리며 몸을 풀었다고 생각하니 완주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달리면서도 나의 모든 신경은 여전히 오른쪽 종아리에 집중되어 있었고, 한 발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계속 불안했다.

그렇게 3km지점을 통과할 즈음에 오른쪽 종아리에서 불길한 신호가 왔다. 다행히 달리는데 큰 문제는 없었지만 순간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머리속이 하얘졌다. 그리고 5km 지점에서는 이제 돌아가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때문에 완주에 대한 자신감은 사라지고 말았다. 그 때부터 마음속에서 갈등이 시작되었는데 어차피 완주하지 못할 거라면 다음 기회로 미루는 것이 오히려 현명하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기엔 지금까지 훈련해온 것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나는 더 힘을 내보기로 했다.

그렇게 오른쪽 종아리에 계속 신경을 쓰다보니 초반 오르막도 느끼지 못한 채 송암스포츠타운쪽으로 향하는 내리막에 접어들고 있었다. 모두들 내리막이라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는데 나는 오른쪽 종아리때문에 오히려 속도를 조금씩 줄이면서 조심스럽게 달렸다. 그렇게 조바심 속에 얼마나 달렸을까? 어느새 의암호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의암호 다리를 통과하는데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정신을 바짝 차리게 했고 또 너무 상쾌하게 느껴졌다. 의암호의 탁 트인 경관을 보면서 달리다보니 기분이 좋아서 오른쪽 종아리의 불편함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10km지점에 도달하자 구급차가 보였고, 스프레이 파스를 양쪽다리에 듬뿍 뿌리고나니 불안감도 조금 사라졌다. 이제 하프지점까지 달리는거다!    
 

[하프지점을 향하여!]
의암호를 보면서 달리는 8km~17km구간은 오르막이 없고 완만해서 최고 속도로 신나게 달리려고 계획했었다. 오른쪽 종아리가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조금 속도를 높여서 달렸다. 물론 원래 계획한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기분좋게 달렸다. 마침내 누적 평균속도가 10km에 도달하였고, 계획대로 15km까지 계속해서 최고속도로 달렸다. 15km에서 또 다시 스프레이 파스를 듬뿍 뿌리고 조심해서 달리다보니 어느새 신매대교 20km지점에 도착하였다. 나는 먼저 스프레이 파스부터 찾았다. 이제 다리에 별다른 느낌은 없었으나 불안한 마음에 습관처럼 듬뿍 뿌렸다.  

잠시 초코파이를 2개씩이나 와작와작 먹으면서 생각했다. 이제 곧 하프지점을 통과하는데, 오른쪽 종아리가 아픈 것도 정상인 것도 아닌데 이대로 계속해서 달려도 괜찮을까? 훈련하면서 30km 이상을 10회 이상 뛰었을 때도 30km를 지나면서부터는 매번 조금씩 힘들었었는데 불편한 다리로 괜찮을까? 더욱이 27km부터는 오르막도 시작되는데.. 참으로 혼란스러웠다. 짧은 순간에 참 많은 생각이 오갔지만 결론은 여전히 같았다.

그래! 불편한 다리로 여기까지 왔으면 절반은 성공한 거야! 회송버스를 타는 한이 있어도 아내를 위한 1차 깜짝 이벤트 장소인 '34km 자유발언대'로 가는 거야! 아자! 아자! 화이팅!


[34km지점 자유발언대을 향하여! 그리고 '리마인드 서약'!]
하프지점을 지나면서부터는 새로운 각오로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화이팅!'을 외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25km지점까지의 코스도 비교적 완만해서 편한마음으로 달렸는데, 건너편에서 벌써 30km를 통과한 달림이들의 환호소리가 들려오자 좀 부러웠다. 25km지점에서 스포츠젤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스프레이 파스도 듬뿍 뿌리고, 스포츠음료도 충분히 마셨다. 그렇게 오르막 난코스를 달리기 위한 정비를 마친 후 춘천댐을 향하여 달리기 시작했다.

춘천마라톤 코스고저도와 대회참가수기를 읽었을 때 27km지점부터의 오르막코스가 체력적으로 조금 힘이 든다고 해서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오른쪽 종아리는 더 이상 악화되는 징후가 없었고, 오르막코스를 달리며 다른 달림이들을 조금씩 추월해가는 나를 보면서 자신감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매월 250~300km를 달리는 충실한 훈련이 드디어 진가를 발휘하는구나! 역시 땀은 배신하지 않는구나! 하고 흐뭇해하며 춘천댐 구간을 통과했고, 마침내 30km지점에 도착했다. 이제 힘든구간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절로 힘이 솟아났다. 또 다시 바나나로 허기를 달래고, 스프레이 파스를 듬뿍 뿌리고, 스포츠음료도 충분히 마셨다.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34km지점 자유발언대에 도착했다.   
그리고, 공지천에서 전광판을 보고 있을 아내를 향해서 '1차 이벤트-리마인드(remind) 서약'를 했다 

"이동분씨 사랑합니다! 
 지난 30년간 같이 살아줘서 고맙고, 오늘 완주하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당신을 생이 다하는 날까지 사랑하고 존중하며 살겠습니다."


[마지막 구간! 그리고 해피엔딩!] 
자유발언대에서 1차 이벤트를 마치고 나니,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으로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고, 지금까지의 힘든 시간이 보상받는 듯한 기분이 들어 뿌듯했다. 그리고 35km지점의 스프레이존에 도착하니 자원봉사자들이 양다리에 시원하게 스프레이 파스를 뿌려주어 마치 피로가 싹 가시는 듯 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스프레이 파스를 듬뿍 바른 채 완주를 향하여 달리기 시작했다.

시가지 구간을 진입하여 달리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달리는 동안 자동차를 거의 못 본 것 같았는데, 갑자기 반대편 차로에 많은 자동차가 교통통제로 정체운행 중이었다. 마라톤을 위해 좋은 드라이브 코스를 양보하며 불편을 감수해 준 춘천시민들에게 고마웠다.

비가 오는데도 거리 곳곳에 나와있는 춘천시민들의 환호와 응원을 받으며, 소양2교를 지나 40km지점에 도착하였다. 지금부터가 난생 처음 달리는 구간이다. 그래서 조금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41km 가까운 지점에서 오른쪽 종아리는 멀쩡했는데, 허벅지 근육이 살짝 뭉치는 느낌이 나서 우선 멈춰섰다. 힘이 빠지니 스트레칭 자세가 조금 부자연스러웠지만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후 조금씩 걷다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다왔다고 힘내라는 자원봉사자들의 응원 덕분에 화이팅을 외치며 마지막 1km를 힘내서 달리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지금부터는 기록보다 도착지점을 멋있는 포즈로 통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 했다.

드디어 눈 앞에 골인지점이 보인다. 자세를 가다듬어 마지막을 향해 힘껏 달려서 골인했다. 풀코스 첫 도전 성공! 성취감에 날아갈 듯한 이 기분! 그 순간 나는 그 어떤 것도 부러울게 없었다! 

멀리서 아내가 부른다! 
예정에 없었던 작은 딸의 춘천 방문으로 의아해하는 아내에게 쌍가락지를 끼워주며, 다시 한 번 '리마인드 서약'을 했다.
"이동분씨 사랑합니다! 지난 30년간 같이 살아줘서 고맙고,
 풀코스를 완주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생을 다하는 날까지 당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살겠습니다!"

이렇게 나의 풀코스 첫 도전 성공기가 마무리 되었다.
집으로 향하는데 문자가 왔다. "완주기록은 04:19:14 입니다."  그리고 내년의 도전목표는 'Sub-4 재도전'으로 정하였다. 

장문의 후기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명교 (배번 9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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