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만남의광장 > 참가후기
| 2016년 춘천마라톤 참가 후기(14년만의 귀향)
| 이석기 | 2016.10.29
| 1968    

14년만의 귀향
                              
 어느덧 14년이란 세월이 흘러서 마라톤의 고향인 춘천을 갑니다.
2002년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한바탕 큰 잔치를 치른, 그 해 저는 처음으로 춘천에서 풀코스를 뛰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춘천에서 그 때의 기적을 다시 이루고 싶어 14년 만에 왔습니다. 대회 전날부터 긴장감이 엄습했습니다. 일찍가서 현지 적응도 해야 하는데, 마침 근무라서 일찍 출발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근무를 마치자마자 아내와 함께 부랴부랴 춘천을 향해 갑니다.
가는 동안 14년 전의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임했던 첫 풀코스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완주를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먼저 듭니다. 연습도 많이 부족하였고, 또 예전처럼 나이가 젊은 것도 아니고, 여러가지로 복잡한 생각들이 스쳐갑니다.
 밤늦게 도착한터라 여유가 없었습니다. 대충 씻고 내일을 위하여 잠을 청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대충 식사를 하고, 아내를 재촉하여 집결지로 향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집결지에 모여서 마라톤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여기저기 잠시 둘러본 후 기념사진도 찍고, 준비 운동도 하면서 출발을 기다립니다.
드디어 출발선으로 모이라는 안내방송이 들립니다. 저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내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제가 속한 H그룹으로 향했습니다. 제 아내는 아직도 걱정이 되는지, 힘들면 중간에 포기하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A그룹부터 우리 앞의 G그룹까지 출발을 하고 이제 우리 H그룹의 출발입니다.
속으로 계속 중얼거립니다. 오버페이스 하지 말자, 오버페이스 하지 말자 수없이 되뇌어 봅니다. 9시 30분쯤 드디어 출발합니다.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이제는 골인지점만 생각하자고 제 자신에게 명령을 내립니다. 
1km ~ 5km 구간
이 구간은 별 무리 없이 산보하듯이 뛰었습니다. 제 주위에서 같이 뛰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서로 웃으면서 대화도 하고, 손뼉을 치면서 정말 마라톤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5km ~ 10km 구간
이 코스도 5km 구간과 마찬가지로 평상시 연습하던 방법으로 별 어려움 없이 주위의 경관을 만끽하면서 즐거운 달리기를 했습니다. 의암댐 부근을 지날 때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페이스를 잃을 뻔 했지만, 다시 평상심을 찾아 달렸습니다. 
10km ~ 15km 구간 
춘천마라톤 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알려진 이 구간은, 정말 뛰어보지 않고서는 말로 표현을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제가 이 구간을 뛰는 동안 각자 핸드폰으로 인증 샷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속으로 잠시나마, 핸드폰을 가지고 뛰었더라면 여기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 텐데… 라며,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내심 이런 좋은 경관을 배경으로 인증 샷을 찍는 사람들이 부러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여유가 넘치는데, 그러지 못하는 제가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춘천에 오기 전부터 오로지 마라톤에만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다시 마음을 다 잡고 골인지점을 향하여 달렸습니다.
15km ~ 20km 구간  
18km지점을 지나서 부터는 조금씩 몸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무사히 완주할 수 있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제가 이번 대회를 준비한 기간은 한 달 조금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이었지요.
그래서 제 아내가 그토록 걱정하면서 힘들면 중간에 포기하라는 말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아내에게 다짐을 하였습니다. 20km지점에 다다르니, 갑자기 허기가 몰려오더니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대회 저에게 찾아온 첫 번째 위기였습니다. 아! 이러다가 완주를 못하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던 찰라, 저에게 구세주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하프지점 근처에서 초코파이를 나누어 주고 있는 광경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평상시는 잘 먹지도 않던 초코파이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저는 두 개를 받아들고 잠시 서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음료수를 마시고 난 후 잠시 스트레칭을 했습니다.
여기까지 온 이상 포기는 없다. 다시 한 번 정신을 가다듬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하프 ~ 30km 구간
하프지점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잠시 스트레칭을 하고 나니 다시 조금씩 힘이 나기 시작하였습니다. 25km지점을 지날 때는 한결 몸 상태가 편해지고 오히려 더 힘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저를 기다리면서 걱정하고 있을 아내가 생각이 나서 물을 나누어주던 자원봉사자의 핸드폰을 빌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방금 25km지점을 지났고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 골인지점에서 봐요”라고 하였습니다. 아내에게 전화를 하고 나니 더욱 힘이 났습니다. 골인지점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의지가 절로 생겼습니다.
춘천댐을 향하는 은근한 오르막 구간에 다다르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2002년에 뛸 때 보다는 도로가 더 잘 정비가 되어서인지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춘천댐을 지나서 30km지점을 향할 때 다시 몸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흔히 우리가 말하는‘마라톤의 벽’이 나에게 온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0km ~ 35km 구간 
‘마라톤의 벽’이는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한번 이상은 들어본 말일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마라토너들이 이‘마라톤의 벽’을 느껴보았을 것입니다. 
저에게 두 번째 찾아오는 위기였습니다. 여기서 부터는 그 누구에게도 기댈 수도 없으며,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하는 그런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정말로 많은 후회를 한 구간이기도 합니다. 한 달 조금 넘는 기간의 준비만으로 풀코스 완주를 도전했다는 것이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35km지점까지는 겨우겨우 통과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습니다.
35km ~ 골인지점 
35km지점을 지나자 제 몸은 더 이상 저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상체는 그럭저럭 버틸만했는데, 저의 양 다리는 이미 저의 통제력 범위 밖에 있었습니다. 더 많은 연습과 훈련을 하지 않은 제가 미워지기까지 했습니다. 500m정도는 뛰다가 250m정도는 걷다가를 수차례 반복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눈앞에 소양2교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다가는 완주는커녕 부상만 입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떡하지 하고 생각하던 순간 25km지점에서 아내에게 약속했던 그 말이 떠올랐습니다. “방금 25km지점 지났고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 골인지점에서 봐요.”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골인지점에서 남편이 무사히 완주하기를 기다리는 아내를 생각하니 더 많은 눈물이 흘렀습니다.‘이제는 아파도 걷지 말고, 골인지점까지 뛰어서 가자.’그저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골인지점이 보일 때까지. 
드디어 저기 눈앞에 골인지점이 보였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서 한발 한발, 골인지점 근처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드디어 골인지점을 통과. 
아내를 찾아보니, 보이질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자원봉사자의 핸드폰을 빌려서 전화를 해 보니, 저기서 손을 흔들어 줍니다.  
아내의 “고생 했어”라는 한 마디가 정말 고맙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완주한 제가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연습도 많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내심 4시간 대의 기록을 목표로 삼았지만, 그건 너무 큰 욕심이었다는 것을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참고로 제 기록은 5시간 14분 46초이었습니다.

 끝으로 이번 2016춘천마라톤을 위해 준비해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춘천마라톤이 최고의 대회가 되도록 노력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의 14년만의 귀향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 댓글쓰기는 회원 로그인후 가능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