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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녀님 감사합니다!! (10킬로 코스 후기)
| 천무현 | 201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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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페이스메이커, 수녀님 감사합니다!! (10킬로 코스 후기)

나는 마라톤 초보자이다. 아니, 감히 마라톤이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인, 이제 막 달리는 것에 빠지게 된 러너이다. 사실 나는 원래 달리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저녁마다 아내와 함께 집 앞 공원에서 운동할 때도 늘 빠르게 걷기만 했었다. 그러던 어떤 날 여느 때처럼 집 앞 공원에서 아내와 운동을 하는데 절대 달리지 않는 나를 보며, 내가 마라톤 10킬로 코스를 제한 시간 내에 완주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아내와 설전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오기를 가지고 처음 참가하게 된 대회가 지난 9월에 서울시에서 개최한 마라톤 대회 10킬로 코스이다. 처음 참가한 대회에서 나쁘지 않은 기록으로 완주한 후에 얻은 자신감은 달리는 것을 넘어서 마라톤에 관심을 두게 해주었다. 운동할 때 걷기만 하던 내가 달리기 시작했고, 될 수 있으면 많은 대회에 참가하여 경험을 쌓아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진정한 마라토너라면 꼭 참가해야 한다는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에서 처음으로 달리게 되었다.

마라톤 당일, 거주지인 파주 운정에서 새벽 6시 반에 출발하여 두 시간여 운전을 한 후에야 베어스타운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었다. 장시간 운전을 한 후라 다소 피곤하기도 했지만, 공지천교 위에서 이미 수많은 참가자가 모여 몸을 풀고 있는 광경을 보니 몹시 흥분되었다. 처음 출전한 마라톤 대회에서 크게 깨달은 것 중의 하나는 달리기 전에 워밍업과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출발 전에 마라톤 코치들이 하는 스트레칭을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따라했다. 출발 10분 전, 조금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현재 임신 중이라 배 속에 쌍둥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편을 응원해 주고 싶다며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춘천까지 동행해 준 아내 덕분에 힘이 났다. 그리고 아내 배 속의 쌍둥이도 나를 응원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아빠의 건강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비장한 마음으로 러닝화 끈을 힘껏 조여 매며 출발할 준비를 하였다.

대회 당일의 날씨는 흐린 편이어서 금세 비가 떨어질 것만 같았는데, 오히려 뛰기에는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컨디션도 정말 좋았다. 드디어 출발 소리가 울렸고 7,000명의 10킬로 코스 참가자 사이에서 나 역시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푸른 산의 풍경, 맑은 공기, 새소리 등,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가을의 향기를 안고서 달리니 매우 상쾌했다. 왠지 오늘은 지난 대회 때보다 기록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마저 생겼다. 함께 달리던 다른 참가자들 역시 나와 같은 기분이 들었는지 그들 모두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나이 70대를 훌쩍 넘어 보이는 어르신, 손을 잡고 달리는 젊은 연인, 무리를 지어 달리는 동호회 회원, 아이와 함께 달리는 부모, 외국인 참가자 등, 그야말로 참가자 모두가 기록을 중시하지 않고 함께 달린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대회 같았다. 가장 눈에 띄던 참가자는 유모차에 어린아이를 태운 채 달리는 아빠 참가자였는데,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서 옆에 지나갈 때 ‘화이팅’을 외쳐주었다.

하지만 나의 얼굴에 가득했던 미소는 달린 지 2킬로를 조금 지나 오르막길에 다다랐을 때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라톤 초보자의 한계인지, 나의 저질 체력이 금방 드러나고야 말았다. ‘초반부터 너무 힘을 썼나?’ 라는 생각과 함께 이러다가는 막판에 오버페이스에 말려들 것 같아 다시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천천히 달렸다. 그때 맞은편에서는 풀코스 참가자들이 골인 지점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그들을 보면서 겨우 2킬로 달리고 불평을 했던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다. 그들과 서로 반갑게 손을 흔들며 ‘나는 풀코스의 4분의 1만 달리면 된다.’ 라고 스스로 위안을 하며 다시 힘을 냈다.

체력 외에 달리는 동안 힘이 들었던 점 중의 하나는 다른 참가자들과는 달리 혼자 달렸기 때문이었다. 경험이 부족한 데다 페이스메이커까지 없어서 체력 안배를 하기 어려웠고, 대화를 나눌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조금 외로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출발 전에 특정 참가자를 나의 페이스메이커로 정하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는데, 그때 수녀복을 입은 몇몇 수녀님들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이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10킬로 코스 참가자들 사이에서 수녀복이 눈에 크게 띄었기 때문에 나의 시야에서 놓치지 않고 함께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나 역시 천주교 신자인지라 수녀님을 보니 반갑기도 했고 행운이 생길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출발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야 페이스메이커(?)를 잘못 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녀님들이 수녀복을 입고서도 어쩜 그렇게 온화한 표정으로 힘차게 잘도 뛰시던지, 따라잡기가 힘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가까이 가서 ‘옷이 불편하지 않으세요?’라고 여쭈어 보고 싶을 정도였다.

달리는 동안에 나에게도 큰 고비는 있었다. 5킬로 지점 급수대에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잠시 걷다가 다시 뛰려는 찰나, 갑자기 양쪽 종아리에 근육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매우 아프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워밍업과 스트레칭이 이번에도 부족했던 것 같다. 뛰기에 너무 힘이 들었다. 게다가 오르막길이었기 때문에 잠시 몸을 아껴 둘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반환점까지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서 최대한 종아리에 무리가 가지 않게 힘을 빼고 잠깐씩 달려 보았다. 다행히 반환점을 돌고 난 후에 바로 내리막길이 나왔기 때문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달릴 수 있었고, 종아리도 이내 나아졌다. 

6킬로 지점, 절반을 넘게 달려서인지 ‘뛰어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이 조금 덜어졌고, 어느새 헤어밴드와 티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첫 마라톤 출전 때 느꼈던 것 중의 또 하나는 마라톤에는 긴바지보다 반바지가 편하다는 것과 헤어밴드를 착용하는 것이 머리부터 얼굴을 따라 흐르는 땀을 흡수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지난 대회 때는 달리는 내내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계속 닦아 내느라 귀찮기도 했는데, 헤어밴드가 단순히 멋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실용적일 수가 있다는 점을 처음 느꼈다. 

7킬로 지점을 지났을 때 구급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서 참가자 중에 몸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은근히 걱정되었다. 참가자 모두가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마라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마음이었다. 스펀지 대에서 물에 적신 스펀지를 하나 짚고 머리에 힘차게 짜면서 마치 이봉주 선수라도 된 것처럼 폼을 잡고서 더 힘을 냈다. 어느새 몸이 가벼워지면서 뒤늦게야 뛰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다. 내가 아닌 내 몸이 달리는 이 기분, 더 일찍 느꼈으면 좋았겠지만, 오늘의 경험이 다음 대회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9킬로 지점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보였을 때, 아껴두었던 남은 힘을 모두 쏟으며 달렸다. 그리고 골인 지점이 저 멀리 눈에 보였을 때, 날 기다리고 있을 아내와 아내의 배 속에 있는 쌍둥이를 생각하니 더 힘이 났고 웃음이 나왔다. 나중에 ‘포토스포츠’에서 내 모습이 찍힌 사진을 보고서 안 사실인데, 골인 지점을 향해서 달려가는 나의 모습은 마치 ‘이제 살았다’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골인 지점에 들어선 후에 기특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아내를 발견했다. 그리고 ‘고생했어.’라는 말을 건네며 나를 안아주는 아내 품에서 눈물을 글썽이고 말았다. 아내와 쌍둥이에게 건강한 남편이자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뿌듯했기 때문이었을까? ‘누가 보면 풀코스라도 뛴 줄 알겠다.’라는 아내의 놀림에 긴장이 풀어졌다. 예상보다 기록이 저조하기는 했지만, 기록에 큰 의의를 두지 않았고 처음 출전했던 대회 때보다 7분이란 시간을 단축했기 때문에 소기의 성과(?)는 있었다고 자부했다. 대회가 끝나고 춘천마라톤 관련 기사를 보던 중에 함께 달렸던 수녀님들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알고 보니 개발도상국을 위한 후원금 모금을 위해서 10년 전부터 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수녀님들이었다. 그리고 달릴 때에는 수녀복이 운동복보다 더 편하다는 반전(?)의 말씀도 덧붙이셨다. 그분들은 원치 않으셨겠지만, 내가 힘을 내어 완주할 수 있도록 나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셨던 수녀님들께 이렇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요즘도 매일 저녁에 집 근처 공원에서 달리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리고 벌써 내년 대회에 나갈 상상을 하면서 두 가지 목표를 정했다. 하나는 꾸준히 연습하여 언젠가는 풀코스 완주를 하는 것이다. 마라톤을 흔히 인생에 비유하는데, 나 역시 수많은 오르막, 내리막길을 달리고 고통과 어려움을 이겨내어 결국은 성취감을 이루어내는 마라톤이라는 것에서 인생을 배우고 싶다. 또 하나의 목표는 곧 태어날 쌍둥이가 달릴 수 있는 나이가 된다면 쌍둥이와 아내, 그리고 나까지 우리 가족 넷이서 함께 10킬로 코스에 참가하는 것이다. 달리는 동안에 아이에게 인내심을 가르쳐 주고 건강한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힘이 들면 함께 손을 잡고 서로에게 ‘화이팅’을 외쳐주며 힘을 주는 가족이 되고 싶다. 그 날을 생각하니 벌써 웃음이 난다. 

참가자: 천무현
배번호: 22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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