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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풀코스 마라톤에서 여자친구의 페이스 메이커가 되다.
| 김현중 |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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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휴먼레이스'와 '도가니러닝크루'에 소속되어, 러닝을 시작한지 2년 남짓 된 젊은 남녀(배번:남-9918김현중,여-891조은영)가 동반주를 서로를 격려하며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한 후기 입니다.


1. 러닝 크루가 우리 커플에게 춘천마라톤을 달리게 하다.

저는 휴먼레이스(HumanRace) 라는 네이버카페에 소속되어 즐겁게 러닝을 즐기는 34세 청년입니다. 사회 생활에 대한 약간의 방황(?)을 할 시기에 우연히 마라톤 동호회를 접하게 되었고 소소한 대회를 십수 차례 참가 했으며 올해로 만 2년이 된것 같습니다.
밑에서 다시 소개해 드리겠지만 저에 여자친구는 도가니러닝크루(Dogani_RC) 라는 동호회에 소속되어 있고 왠지는 모르지만 저랑 비슷한 시기에 러닝을 시작하여 오래달리기가 취미가 된 사람입니다.
러닝 대회를 출전하다 보면 같은 나이에 같은 띠(예, 58년 개띠)를 가지신 분들이 단체 티를 입고 뛰시는 분들이 심심찮게 보이는데요, 저희도 얼마전에 동갑내기(83년 돼지띠) 달리미들의 모임을 갖고 친해지게 되었지요. 그때 만난 친구가 지금 제 여자친구가 되어 있고 서로에 대해 열심히 알아가게 되었답니다. 그러느라 저는 도가니 크루에, 여자친구는 휴먼레이스 정기 모임에 더욱 열심히 참여하게 되었죠.
저는 이번 춘천마라톤이 풀코스 도전의 첫번째 대회였습니다. 기록에 대해서 벼르고 벼르던 와중이었죠. 재밌게도, 여자친구는 풀코스 1회 유경험자였지만(2016년 동아마라톤) 다시는 안뛰겠다던 풀코스 대회를 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다시 한번 참가 신청을 하고야 맙니다. 이 때부터 제 목표는 바뀌었지요. '그녀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라.'


2. 호반의 도시, 춘천을 회상하며 대회를 준비하다.

저는 춘천에서 대학교를 다녔습니다. 닭갈비도 많이 먹어봤고, 춘천에 공지천이 어떤 것인지도 어느정도 알지요. 무엇보다도 춘천댐에서 의암댐으로 이어지는 경치는 모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하다가 아마추어 마라토너가 되어 다시 돌아오니 무언가 모를 가슴 벅참이 느껴지면서도 마음 한켠으로는 내심 편안한 느낌이었어요. 저희 커플은 대회 하루 전에 춘천을 왔고 닭갈비를 먹으며, 그리고 다음날 대회때 착용할 장비(?)를 점검하며, 약간의 긴장 속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대회 당일 아침에는 항상 대회장이 혼잡하기 때문에 최대한 서둘러서 출발하려고 하는데요. 처음 뛰는 풀코스 마라톤이라서 평소보다 아침을 든든히 먹느라 조금 허둥지둥 했네요(뛰다가 배고프다는 경험담을 너무 많이 들어서).


3. 출발 전 ~ 10 km

약간은 쌀쌀한 날씨에 몸 풀기도 제대로 안되어 걱정되었지만 대회 분위기에 압도되어 긴장 반 기대 반 속에서 저희는 출발 발판을 동시에 밟으며 STAR 라인을 통과합니다. 초반 5 km 까지는 전날 차로 이동해 봤기 때문에 급경한 경사를 만나도 아주 조금 밖에 당황하지 않았답니다. 아직 초반이라 혼잡하기도 했지만 기록 욕심을 내시는 분들은 요리조리 피해서 내달리기 바빴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갈길이 멀고 초보 러너이기 때문에 머리로 입으로 계속해서 되뇌입니다. "너무 빠르다 빠르다. 천천히, 오버 페이스 하지 말자" 평소보다 매우 느린 페이스였지만 그 어느때 보다도 가뿐한 10 km 조깅이었습니다.


4. 10 ~ 25 km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몸도 풀렸으니 중반에 얼마나 편하고 지속적으로 가느냐, 그리고 이정도 시간이면 몇시간 몇분대를 목표로 하고 얼마나 더 당길수 있을까.. 계산을 하며 달렸습니다만. 여자친구가 힘들어 합니다. 예전에 오른쪽 정강이 부분을 크게 다쳐 근육이 많이 약했기 때문에 무리를 하면 아프다고 하네요. 더 걱정인게 27 km 부터 끝없는 언덕이라고 하는데..... 그리고 100 m 앞에는 기권자회송버스? 가 저희를 반기는 듯 했고, 여자친구는 그 버스를 향해서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5. 25 ~ 33 km

뛰다 걷다에 지치고 힘들어 하는 친구에게 회송버스를 권유하고, 잠깐을 망설이는듯.. 이내 버스로 향하는 찰라에 뒤에서 중년에 러너 분들이 "더 뛰어봐~, 할 수 있어~, 안돼 안돼!" 라고 소리를 질러 주십니다. 저희는 휴먼레이스와 도가니러닝크루 동회회 티를 입고 춘천마라톤을 출전한 젊은! 러너 입니다. 다행이도 생각이 바뀌고 저희는 다시 열심히 뛰기로 합니다. 하지만 끝없이 완만한 오르막과 비바람이 너무나도 무서웠습니다. 정말이지 뛰다가 비 쫄딱 맞은 생쥐 커플이 되었어요.


6. 33 ~ 36 km

코스상 힘든 고비도 지나갔고 대회 후반부로 접어 들며 퍼지지나 않을지에 대한 걱정을 미리 해 봅니다. 흔히들 많이 포기하는 시점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래서 대회를 출전하지 않는 러닝 크루 동료들이 개인적으로 응원해주는 지점이기도 하지요. 저희는 너무나 늦은 페이스였기 때문에 개인 응원자들이 철수 했을꺼라 생각했지만.


7. 36 km ~ Finish

36 km 지점에서 저희를 알아봐 주는 응원단이 아직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실력도 뛰어나면서 응원력도 엄청난 존재들인걸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자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양손에 가득 들고 제일 힘들 것 같은 지점에 서 있어 주었습니다. 우리는 그 음료를 흡입!!하고  갑자기 페이스가 빨라짐을 느꼈어요. 이상하게 힘이 더 나더라구요. 그분들 덕분에 5분 이상은 기록을 당긴것 같아요. ^^b 힘이 되는 응원을 받고 그렇게 한참 시내를 달리다 보니 TV에서 많이 봤던 춘마 Finish 라인이 보였습니다. 저는 그 지점에 동영상으로 찍히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평생 기억에 남기고 싶기에 여자친구 손을 잡고 만세를 하며 골인~ 했죠.


8. 별거 아니네~ 하면서도 왠지 모를 벅찬 감동에 가슴이 뜨거워지다.

많이 힘들진 않았어요. 몇시간 동안 저는 여자친구를 걱정하고, 여자친구는 저를 쫓아가고 싶어서 그 고통을 참았고... 그래서 저는 들어오자마자 너무 고맙고 안쓰럽고 미안했지요. "잘했다. 괜찮아, 이제 끝났어. 너무너무 잘했어" 하며 차가운 두 손을 잡아주었던거 같아요. 그러면서 다시는 풀코스 마라톤 뛰지 말라고 했던거 같아요. 만약 우리가 결혼하게 되고, 아들 딸 낳으면 내가 손잡고 걔네들이랑 뛰겠다며.... 막연히 주고 받은 대회지만, 전 왠지 그렇게 하고 있을거 같네요. 십수년 뒤에 ^^
제 기록은, 아니 저와 제 여자친구의 기록은 5시간 49분 이었고,
저에 첫번째 풀코스 마라톤 기록이며,
이제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 더 즐겁고, 더 빨라질 일만 남았습니다!


9.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제가 이렇게 건강하게 달리는 사람이 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즐겁게 오래 달리기를 할 수 있게 해준 휴먼레이스(humanrace) 동호회 모든 회원분들과 도가니 러닝크루(Dogani_RC) 회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많은 선배 러너분들을 본받기 위해서 저희는 더욱 더 성실하고 겸손하게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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