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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나를 응원해 주고 있다는 소중한 경험
| 이석주 | 201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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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응원해 주고 있다는 소중한 경험

작년  마라톤이 참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마라톤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처음 시도한 10km코스 마라톤이 올해 처음으로 완주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  작년은 사람이 푹 빠질 만큼 매력적이다는 마라톤이 어떤 운동인가 싶어 경험해 보고자 하는 순수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10km  20km 하나씩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왕 도전해 보는 김에 유난히 아름다운 코스인 춘천마라톤을 뛰어보고 싶다는 일종의 버킷리스트가 되어버렸다. 

10월 23일  모두 잠든 일요일 새벽 4시. 벌써 쌀쌀한 새벽의 한기를 이겨줄 덧옷을 챙겨 입고  전세버스에 올랐다. 문경을 지나  어느 휴게소에서 가벼운 아침을 먹었다. 긴장이 되고 속상태도 안 좋아 몇 숟갈 먹지 못했다. 사실 어제 금요일 밤부터 위산역류와 몸살로 기침 오한이 와서 결국 병원진료를 받았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체력비축을 위해 좀 과식을 한 것이 탈이 난 모양이다. 
 8시쯤 버스와 사람으로 가득 찬  춘천시내에 도착하였다. 소지품을 정리하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후 출발장소로 갔다.  엘리트 A조부터 완전초보 H조까지 대략 3000명 단위로 이전 기록을 참고하여 미리 배정된 그룹이 있었다. 나는 기록이 없는 마라톤 데뷰넌트 즉 초보자 그룹인 G조에 갔다. 풍선을 등에 매단 페이스메이커의 기록을 보니 5:00가 있고 5:30도 있었다. 나는 내심 서브5를 기대하였다.
9시가 되어 선두는 출발하는데도 뒷 조인 우리에게는 보이지도 않는다.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되는 화면을 보니 국제적인 선수들과 국내 엘리트선수들이 출발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후 거의 5분 간격으로 3000명씩 그룹단위로 출발한다. G조는 9시 25분이 되어서야 출발선에 설 수 있었다. 마라톤의 전설 황영조의 격려말과 이봉주선수의 오버페이스를 조심하라는 당부를 흘려 들으며 드디어 춘천마라톤 풀코스를 출발하였다. 작년 10km를 달리던 코스라 낯설지 않은 언덕길과 스포츠타운을 자신있게 지나갔다. 앞으로 닥칠 험난한 길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5km를 조금 지나니 10km반환점이 나온다. 이제부터는 모든 것이 첫경험이다. 오른쪽으로 의암호가 보이며 경치는 점점 좋아진다. 의암댐을 향해가는 길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같다. 앞서 달리는 선수들이 의암호와 주변의 단풍과 어울리며 환상적인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간간히 세상을 향한소리인지 자신을 다그치는 소리인지 고함소리도 들려온다. 시차를 두고 출발한 2만명이 거의 한 줄로 늘어서니 장관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아도 저런 멋진 그림이 그려지겠구나 생각하니 괜히 으쓱해진다.
의암댐 옆의 다리를 건너니 TV에서 보던 마라톤 중계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너무나 아름답고 오래동안 그리던 춘천마라톤 풀코스중의  최고 아름다운 코스가 아닌가 싶다.
10km에서 20km까지는 정말이지 환상의 코스다. 여기서 약간 오버하려는 기분이 생겼으나 같이 달리는 일행이 절대로 오버하지 말라며 지금의 페이스가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그렇다. 이런 좋은 기분과 컨디션으로 계속 달려야 완주할 수 있지 조금 무리해서 오버하면 절대로 완주 못한다고 생각했다. 항상 체력이 충분히 남아있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앞으로 가야할 길을 생각하면 여분의 체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뛰쳐나가 막 달리고 싶은 마음을 극복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주전의 영남알프스 종주도전에서의 오버페이스로 인한 체력고갈로 고생한 기억을 되살리며 절대로 페이스오버는 하지말자고 다짐한다. ‘힘들면 천천히 그래도 힘들면 더 천천히 가자’ 이런 생각으로 꾸준하게 달려야 완주한다. 20km쯤에서 의암호를 가로지르는 신매대교를 건너갔다 와서 남은 거리를 계속 달린다. 초코파이를 제공받았다. 게토레이는 거의 매번 2컵씩 마셨다. 화장실 걱정은 하지 않고 갈증이 나지 않게 계속 체력보충을 받는 기분을 유지하였다. 아직까지는 자신감 충만이다.
이후 좀 걸어가면서 체력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고 절반의 성공을 즐기며 나머지 거리에 대한 계획과 기대를 하며 좀 쉬는 구간으로 하였다. 23km 쯤 부터는 강과 나란히 건설되어 있는 다리를 달리는 코스다. 약간 오르막이 계속 이어졌지만 여기쯤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스퍼트를 해보았다. 많은 사람들을 추월하며 꾸준히 달려 나갔다. 체력이 떨어져 걸어가는 선수들을 추월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마 나를 체력이 좋고 잘 달리는 멋진 선수급 마라토너로 보아주었으면 하는 자만심이 살짝 드러났다.  27km에서 드디어 춘천댐을 건넌다. 이번 마라톤을 위해 특별히 개방한 듯하다. 살짝 내리는 가을비를 온몸으로 느끼며 상글한 바람과 함께 기분 좋게 댐 위를 달리며 좌우의 춘천호와 의암호의 가을 경치를 만끽하며 의암호반을 돌고있는 자신에 대한 뿌듯함을 느꼈다. 별다른 아픈 증상없이 30km 지점을 여전히 잘 달리며 여유를 보이는 나 자신에 대견함을 느끼며 이제 출발지로 돌아갈 길을  생각하며 호수 반대편 코스로 접어들었다. 춘천댐관리사무소를 지나며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여기서 중도 포기하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중간 중간 포기자를 회수하기 위한 대형버스가 보인다. 저 버스에 타면 오늘 도전은 실패다.  나는 절대 버스를 타지 않으리라 버스를 비웃으며 걷다 달리다를 반복하였다. 간식으로 바나나를 제공받았다. 자동차에 성능 좋은 휘발유를 가득채운 듯 에너지를 한껏 충전한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체험하는 30km이상 코스에서 완주에 대한 설레임과 흥분된 마음으로 드디어 춘천시내 코스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은근히 강의 상류로 가는 길이라 그런지 오르막의 연속이었다. 첫 10km는 1시간, 20km까지 2시간 30분정도 30km까지는 4시간 정도 지난다. 남은 10km정도를 1시간에 달리면 5시간이내도 가능하리라 계산해본다. 그런데 여기서 너무 많이 시간을 지체하였다. 37km를 지나며 남은 5km가 정말 힘들고 거리가 멀었다. 걸어가면 1시간 거리인데 30분에 달리기가 힘들었다. 마음이 이미 좀 풀어진 탓도 있었다. 마라톤은 남은 5km가 정말 기록을 결정하는 것 같다. 열심히 달려도 잘 나아가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도착할 것 같은데 40km 지나 남은 2km는 정말이지 힘들었다. 
마지막 남은 2km는 걷지 않고 멋지게 달려 피니시를 하기 위해 그전에 2km정도는 걷자고 생각한 것에서 시간에 너무 쫒기게 되었다. 2km 걷는데 30분이라니 안될 계산이었다. 그렇게 서브5는 무산되었다. 남은 5km에서 여러 가지 작전을 생각하였으나 이미 몸은 지쳤고 마음은 결승선을 지나있어 뜻대로 되지 않았다. 5시간을 포기하니 차라리 마음은 편하다. 안경도 벗어 손에 쥐고 오로지 나와의 싸움을 하였다. 남은 5km달리기가 이번 마라톤의 최고 힘든 구간이었고 계속 나를 격려하고 독려하며 달린 싸움이었다. 아이고 마라톤 풀코스는 이래서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났다. 작년에 피니시 라인에서 지켜보던 그 지점이 멀리 굽어진 코스에 보였다. 작년 처음 구경한 춘천마라톤의 결승선에는 많은 인생이야기가 보였다. 무슨 많은 사연을 가졌을 것 같은 백발성성한 어르신도 있었고 장애인을 도와가며 같이 완주해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고 도저히 완주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뚱뚱한 중년 여성도 결승선을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내년에는 나도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고 다짐하던 그 장소였다. 키다리 삐적 마른 48세의 아저씨도 완주하는 내 모습을 보고  2018년 춘마에 새롭게 도전하는 이가 나왔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사람에게 작은 용기라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내 주변사람보다 쳐지지는 않게 달려야겠다고 생각하며 결승선을 통과하였다. 누구하나 마중 나와 주는 사람 없고 나를 위해 환호해 주는 사람이 없고 특별히 지켜봐 주는 사람도 없겠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엄청남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스스로가 참 자랑스러웠다. 안경을 안 쓰고 있으니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보이지도 않는다. 오롯이 나의 완주에 대한 만족감으로 스스로 웃으며 나만의 42.195레이스를 무사히 마치고 공지천 출발장소로 간다. 5시간 30분 08초가 나의 완주기록이다. 첫 완주기록으로서는 만족스럽다. 20km쯤 달릴 때 풍물패가 나와서 징이며 꽹과리 북으로 선수들을 격려해주던 동네주민들이 생각난다. 이름 모르는 타지의 나를 격려해 주기 위해 무던히도 애쓴다는 느낌이었다. 사실 나는 그들에게서 나의 도전에 대한 격려를 많이 받았고 나의 도전의 증인이 되어주고 있다는 데서 참으로 고맙게 느껴져서 꼭 후기에 쓰고 싶었다. 힘들게 인생을 혼자서 살아가고 있다는 외로운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번 마라톤완주처럼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이가 멀리서 나를 지켜보고 격려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인생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해 보았다. 나와 아무 관계없는 사람이나 아니면 나를 아는 어떤 사람들이 나에게 힘을 주고 응원해주고 있구나하고 생각 되어 앞으로 살아가는데 힘과 용기를 얻게 되기를 바란다.  아름다운 춘천에서 멋진 인생레이스를 펼친 나에게 화이팅! 70회 춘마화이팅!!
배번 9542 이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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