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만남의광장 > 참가후기
| 함께여서 행복했던 마라톤 첫 출전기
| 이수진 | 2016.11.04
| 2160    

  2016년 1월 1월, 마라톤을 시작해보고 싶다는 결심이 섰어요. 오랜 시간 동안 먼 거리를 뛰어야 한다는 것이 마라톤에 대해 제가 아는 것의 전부였지요. 하지만 분명한 건 모르는 길을 가는 것처럼 혼자서 마라톤을 지속하기란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마라톤 동호회를 검색하게 되었고 대구에 수성마라톤클럽에 가입하게 되었지요. 
  동호회에서는 매주 일요일 새벽에 함께 10km 이상을 뛰면서 훈련을 했답니다. 1월 1일, 처음 10km 가량을 뛰었을 때의 터질 듯한 제 심장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올라요. 숨을 헉헉대며 심장이 살려달라는 듯 요동을 쳤던 새해 첫 날 달리기 이후, 저는 일요일 새벽마다 눈을 번쩍 뜨고 잠을 떨쳐버리고 여러 선배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달렸어요. 단순해 보이는 마라톤에서 올바른 달리기 자세, 호흡법, 부상 방지를 위한 노력 등 많은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올해로 37세인 저는 사실 삼 년 후, 마흔이 되는 기념으로 풀코스에 도전할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주변 분들이 모두가 할 때 함께 하면 된다며 저를 부추겼어요. 물론 준비 없이 마음만으로 출전하기에 42.195km라는 거리는 엄청난 거리였죠.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에게 뛰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에요. 
  춘천마라톤 출전을 두 달을 앞두고 부터 열심히 연습을 했어요. 워킹맘인 저는 평일에는 가족들을 챙겨야 하고 직장에서는 하루 종일 정신없이 뛰어다녀야 했어요. 하지만 새벽 시간, 한 시간 일찍 일어나서 꼬박꼬박 운동을 했답니다. 훈련을 하는 동안 20km, 30km, 차츰차츰 거리를 늘여서 뛰어가면서 제 생애 가장 먼 거리를 뛰는 경험을 해보며 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었어요. 사실 그렇게 많이 뛰면 어딘가 탈이 나지 않을까라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거든요. 사실 근육은 약간 묵직했지만 먼 거리를 뛴 후에도 뿌듯한 마음 때문인지 오히려 몸이 가볍게 느껴지더라고요.
  꾸준한 연습의 시간을 건너 드디어 올해 처음으로 춘천마라톤 풀코스에 참가하게 되었어요. 대구에서 새벽 2시에 버스에 몸을 싣고 새벽 여섯 시에 도착해서, 국밥을 든든히 챙겨 먹었어요. 대구와 달리 더욱 차가운 새벽 공기에 덜덜 떨면서 정말 괜찮을까라는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요. 출발 시간까지 남은 세 시간이 엄청 길게도 느껴졌고요. 하지만 막상 배 번호를 달고 가지고 온 짐을 맡기다 보니 시간이 정신없이 가는 듯했어요.
  드디어 출발 신호와 함께 춘천을 달렸어요. 달리는 동안 다양한 참가자의 모습을 보느라 20km까지는 힘든지도 모르고 달렸어요. 장애가 있는 아들의 휠체어를 밀고 가는 아버지의 모습과 수능 시험을 치는 자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걸고 뛰는 분들을 보면서 감동을 받아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고요.
  문제는 30km를 넘어서 부터였어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거리에 다리도 묵직하고 마음은 나약해졌고요. 조금씩 걷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끝까지 차오를 즈음, 옆에서 함께 달려주던 동호회 회원 분이 저를 다독여주셨어요.
  "지금 포기하면 나중에도 마찬가지에요."
  그 후로도 제가 힘들다는 생각을 갖지 못하게 하시려는 듯, 자신의 마라톤 출전 경험을 이야기 해주시기도 하고 중간 중간 파워젤을 건네주시며 함께 들려주셨답니다.
  그렇게 35km를 넘게 달렸어요. 37km 지점 즈음 와서는 가족들에게 영상 편지를 남기는 이벤트가 있어서 카메라 앞에 마이크를 들고 섰어요.
  "신랑 그리고 금산아! 주말마다 마라톤 한다고 밥도 못 챙겨 줬는데 늘 묵묵히 응원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금산아! 엄마의 또다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마라톤을 완주할게. 사랑한다!"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뭔가가 울컥 올라오는 것 같더라고요. 눈물을 글썽이며 남은 거리를 달렸어요.
  40km가 넘어서자 어디에 숨어있었던지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졌어요. 남은 거리를 날듯이 가볍게 달려서 드디어 결승선에 들어섰어요. 5시간가량이나 되는 오랜 시간을 달려왔다는 것을 잊을 만큼 환하게 웃었어요. 정말 기뻤거든요. 그리고 옆을 살폈어요. 함께 달려주신 분께도 정말 감사했어요. 혼자였으면 지루하고 힘들어서 포기할 수도 있었는데 함께여서 즐겁게 달릴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 나서 또 다른 목표가 생겼어요. 지금부터 꼬박꼬박 십 년 동안 춘천마라톤에 참가하겠다고 말이에요. 십 년 후, 제 아이도 고3이 되는데 저도 그때 아이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걸고 뛰어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생겼거든요.
  제게 춘천 마라톤은 춘천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었어요. 올해 겨울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다시 춘천을 방문해서 제가 뛰었던 그 길들을 둘러볼 생각이에요. 더욱 많은 분들이 마라톤과 함께 행복 에너지를 많이 끌어당기셨으면 좋겠어요.

*참가 배번호: H 1410







※ 댓글쓰기는 회원 로그인후 가능 합니다.
정재준
2016.11.05
대단하신 의지력에 탄복합니다.
달리기를 즐길줄 아는만큼 삶도 즐거워 질 것입니다.
신랑이란 아들 금산이 에게 더욱 잘해 주세요
그리고 향후 10회 완주 할 때 까지 달려봐요
저도 올해 처음 풀코스 완주했어요.
인간 한계에 도전한다는 말을 정말로 체험하는 계기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