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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켜봐주세요!
| 김민철 | 2017.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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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톤. 불과 3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나와는 무관한, 듣기만 해도 지치는 그 이름. 근성, 인내, 한계, 극한, 42.195 등의 고통스러운 단어들만 떠오르게 하던 그 마라톤이 어느새 내 삶의 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2017년 춘천마라톤에 출사표를 던지며 앞으로 달리기만 했던 마라톤 생활을 조금은 되돌아 보려한다.

 운동에는 조금도 관심 없었던 내가 직장인이 되어 쌓이는 스트레스를 마땅히 풀 곳이 없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그러다 회사 내 산악회도 가입해 건전하고 보람차게 지내던 중 동료가 마라톤을 권유했을 때, 나는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었다. 듣기만 해도 거북하고 고통스러웠을 뿐더러 당시 주말에 자전거를 탈 때 한강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로 인해 자전거 도로를 통제 할 때면 여간 짜증이 났던 게 아니었다. (물론 지금은 원망을 듣는 쪽이지만) 거절은 했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볼까?’ 하고 혼자서 한강을 달려보고는 바로 나와는 맞지 않는다며 포기하고 그렇게 조금씩 잊혀져갔다. 

 그러다 3년 전 어느 날 할머니께서 갑자기 고관절 골절로 수술을 받으시고는 투병이 시작 되셨다. 그리고 나의 간병생활도. 간병생활은 별 것 없지만 지치는 것 이었다. 그 때 동료가 다시 한 번 마라톤을 권유하였고 답답한 마음에 뭐라도 하고 싶어 수락했다. 처음이라 알려주는 대로 신청한 게 하프마라톤. 10km로 변경하려했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한번 해보자 마음먹고 3주 정도 연습하고 하프마라톤을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완주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감정에 복받쳤다.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에 취했고 끝이 보이지 않던 간병생활에 Finish 지점이 있는 마라톤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완주메달을 할머니께 보여드리면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한 듯 자랑스러워하셨고 그런 모습을 볼때면 무엇이든 극복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기며 그렇게 마라톤에 빠지기 시작했다. 기록이 줄어드는 재미로 한 달에 두 번 정도 대회에 참가했고 6개월 만에 풀코스 완주도 이뤄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에 무리가 갔는지 피로골절 진단을 받고 쉬었지만 다시 아플 수 있다는 걱정보다 달리지 못하면 어쩔까 하는 걱정이 더 클 정도로 점점 더 마라톤에 깊게 빠지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아버지도 골수이형성증후군이라는 난치병 판정을 받으시고 연습과 레이스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틈틈이 달리면서 스스로 위로하며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올해 구정 전날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아버지께서는 몸 상태가 장례를 치르지 못하실 정도로 좋지 않아 같은 병원에 입원하신 채로 계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난 8월 아버지께서도 떠나셨다. 

 반년 만에 네 가족은 어머니와 나 단둘이 남게 되었다. 내 충격도 컸지만 나보다 어머니를 더 살펴야했기에 내 몸 역시 갑작스런 일에 탈이 난 듯 신장결석이 생기고 간수치가 오르는 등, 정리되는 일 하나 없이 시간만 정신없이 흐르고 있었다. 힘든 상황 속에서 나를 버티게 도와주던 마라톤이 갑자기 의미 없게 느껴졌다. 하지만 얼마 전 동료들과 대회를 신청하며 다시 달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완주하는 모습을 다시 한 번 꼭 보여드리고 싶었던 하늘에 계신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이제 단둘이 남게 된 어머니께 걱정 마시라고 이렇게 멀쩡하게 건강하다고 내 몸으로 직접 보여드리고 싶다. 그렇기에 이번 춘천마라톤은 유난히 깊은 의미를 가진 대회가 될 것이다. 몸은 앞으로 달려가지만 마음은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하며 달릴 것이다. 그리고 Finsh Line을 통과하는 순간 더 강해지고 조금은 후련한 내 모습을 기대해본다.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마라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고싶다. 하늘에서 내 곁에서 꼭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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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준
2017.09.10
누구나 사는 동안 우여곡절이 많습니다. 그럴 때 가장 좋은 것이 러닝입니다. 모든 잡념이 없어지고 새로운 꿈을 갖게합니다. 기록은 후반에 초반은 완주를 목표로 파이팅하세요